퇴근 후 달리기가 습관이 되는 조건

짧은 답

퇴근 후 달리기가 이어지려면 마음을 다잡기보다 저녁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옷과 신발을 아침에 챙겨 두고, 집에 들어가 앉기 전에 나서고, 든든한 저녁밥은 달린 뒤로 미루고, 지친 날에는 20분만 달려도 한 번으로 친다. 아침 러닝은 하루 일과에 밀릴 일이 적고, 저녁 러닝은 일어나는 시각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대신 야근과 약속에 흔들린다.

현관문을 열면 계획이 흐려진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계획이 잘 선다. 손잡이를 잡고 서서, 오늘은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바로 나가자고 마음먹는다. 일은 현관문을 연 다음에 벌어진다.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잠깐 앉는다. 휴대폰을 한 번 들여다본다. 배가 고파서 밥부터 차린다. 설거지를 마치고 시계를 보면 아홉 시가 넘어 있고, 달리기는 내일로 넘어간다.

이 장면에서 모자란 것은 의지가 아니다. 지하철에서 마음먹을 때만 해도 의지는 넉넉했다. 달라진 것은 자리다. 하루치 일을 마친 몸은 앉을 곳이 보이면 앉고, 한번 앉으면 다시 신발 끈을 묶기까지 넘어야 할 턱이 높아진다. 그래서 퇴근 후 달리기는 마음을 다잡는 일보다 저녁의 순서를 다시 짜는 일에 가깝다.

옷은 아침에 챙긴다

저녁에 달릴지 말지는 아침에 절반쯤 정해진다. 출근 가방에 러닝화와 갈아입을 옷이 들어 있으면 퇴근 뒤에 고민할 것이 없다. 가방에 없으면 집에 가서 옷을 찾아야 하고, 그 사이에 앞의 장면이 다시 펼쳐진다.

챙길 것은 많지 않다. 신발, 양말, 위아래 옷, 땀을 닦을 작은 수건이면 된다. 전날 밤에 현관 앞에 꺼내 두면 아침에는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회사에 신발 한 켤레를 두고 다닐 수 있다면 가방은 더 가벼워진다. 그 밖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은 없어도 되는지는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안내에 정리되어 있다.

집에 들르지 않거나, 들러도 앉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집에 가기 전에 달리는 것이다. 회사 근처 공원이나 하천길을 달리고 나서 퇴근하거나, 집 근처 역에서 내려 그 길로 달리기 시작한다. 일할 때 입은 옷과 가방이 짐이 되어 그러기 어렵다면 집에 들르는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규칙을 하나만 둔다. 앉지 않는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고,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바로 나간다. 현관에 들어서서 다시 나서기까지 10분을 넘기지 않으면 된다. 소파와 휴대폰은 달리고 돌아온 사람의 몫으로 남겨 둔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은 퇴근이라는 경계가 없어서 더 어렵다. 일을 마칠 시각에 알람을 맞춰 두고, 알람이 울리면 노트북을 덮고 옷부터 갈아입는다. 옷을 갈아입는 일이 퇴근 구실을 한다.

저녁밥은 달린 뒤로 미룬다

소파 다음으로 높은 턱은 허기다. 배가 고프면 밥부터 먹게 되고, 든든히 먹은 직후에는 속이 무거워 달리기 어렵다. 먹고 나서 얼마나 기다려야 편한지는 사람과 음식에 따라 다르다. 기다리다 보면 밤이 깊어지고, 그날 달리기는 대개 거기서 끝난다.

순서를 뒤집는 편이 쉽다. 먼저 달리고 저녁은 그 뒤에 먹는다.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 힘이 빠질 것 같으면 퇴근하기 전에 바나나 하나나 우유 한 잔처럼 가벼운 것을 먹어 둔다. 식사가 늦어지는 것이 걸릴 수 있는데, 20~30분만 달린다면 옷을 갈아입고 씻는 시간을 더해도 평소보다 한 시간쯤 늦어질 뿐이다.

지친 날은 20분만 달린다

퇴근 후의 몸은 이미 하루를 쓴 몸이다. 계획표에 40분이 적혀 있어도 그 40분이 까마득한 날이 있다. 그런 날에 꺼낼 짧은 계획을 미리 정해 둔다. 숨이 차지 않는 속도로 20분만 달리는 것이다. 시간이 다 되어 더 가고 싶으면 더 가고, 아니면 거기서 끝낸다.

그렇게 짧아도 한 번으로 쳐도 되는지 궁금할 수 있다. 23만여 명의 자료를 합친 2020년 메타분석에서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었고, 횟수나 시간이 늘어난다고 그 차이가 뚜렷하게 커지지는 않았다. 저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달리는 편이 달리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정리했다. 관찰 연구를 모은 분석이어서 원인과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고, 많이 뛰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읽을 자료도 아니다. 짧은 날을 실패로 셀 이유가 없다는 근거로는 충분하다.

습관으로 보아도 짧은 날은 쓸모가 있다. 20분을 달린 날에 남는 것은 거리보다 순서다. 퇴근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는 순서가 한 번 더 되풀이된다. 다음번에는 그만큼 덜 망설이게 된다.

아침 러닝과 다른 점

저녁 러닝이 자꾸 무너지면 아침으로 옮겨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시간대는 걸림돌의 종류가 다르다.

아침 러닝과 저녁 러닝의 차이
견줄 점아침 러닝저녁 러닝
걸림돌일찍 일어나기, 전날 밤의 늦은 취침야근, 회식, 약속, 하루치 피로
일정에 밀릴 가능성낮다.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끝난다높다. 퇴근 시각이 흔들리면 함께 흔들린다
몸 상태자고 일어나 굳어 있어 천천히 풀어야 한다낮 동안 움직여 풀려 있지만 피로가 쌓여 있다
먹는 문제빈속으로 나갈지를 정해야 한다밥을 앞에 둘지 뒤에 둘지를 정해야 한다
달린 뒤씻고 출근해야 해서 시간이 빠듯하다씻고 쉬면 되어 여유가 있다
밝기겨울에는 해 뜨기 전일 수 있다겨울에는 어둡고, 해가 긴 철에는 밝을 때 달릴 수 있다

어느 쪽이 낫다고 한마디로 정하기는 어렵다. 따질 것은 내 생활에서 어느 쪽이 덜 자주 깨지느냐다. 퇴근 시각이 일정하고 아침잠이 많은 사람에게는 저녁이 맞고, 야근이 잦아 저녁을 장담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아침이 맞는다. 평일에는 저녁에, 주말에는 아침에 달려도 된다.

밤늦게 달리면 잠이 안 온다는 말도 있다. 이것도 사람마다 달라서 남의 경험으로 정하기는 어렵다. 몇 번 해 보고 잠드는 데 지장이 있으면 나서는 시각을 앞당긴다.

야근과 회식이 끼어드는 주

저녁 러닝의 약점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저녁이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잡힌 회의가 있고, 빠지기 어려운 회식이 있고, 비 오는 퇴근길이 있다. 그래서 요일을 정할 때부터 여유를 둔다. 일주일에 세 번 달리고 싶다면 평일은 두 번만 정하고 한 번은 주말에 둔다.

평일 하루가 깨지면 그 주는 한 번 덜 달린 주로 둔다. 빠진 몫을 다음 날 몰아서 메우려 들면 그날 저녁이 더 버거워진다. 요일을 짜는 여러 예는 주 3회 달리기의 요일 배치에 있다.

분기 말이나 마감 철처럼 한두 주가 통째로 비는 때도 온다. 그때는 끊긴 자리에서 예전 계획을 그대로 잇기보다 쉬었다 돌아오는 첫 2주처럼 낮춰서 다시 시작하는 편이 수월하다. 옷을 챙기고 집에서 앉지 않는 순서는 그대로 쓰면 된다.

3월의 퇴근길에서

3월 중순이면 퇴근길 공기가 한결 풀리고 해도 조금씩 길어진다. 겨울 내내 미뤄 둔 사람이 저녁 러닝을 시작하기에 무리가 없는 때다. 준비할 것은 오늘 밤 현관 앞에 내놓는 가방 하나다. 신발과 옷 한 벌이 든 그 가방이 내일 퇴근길 지하철에서 세울 계획을 절반쯤 지켜 준다.

자주 묻는 질문

퇴근 후 달리기는 저녁 먹기 전에 하나요, 먹고 나서 하나요?
먹기 전에 달리는 쪽이 이어 가기 쉽다. 든든히 먹은 직후에는 속이 무거워 한참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밤이 깊어진다. 배가 많이 고픈 날에는 퇴근하기 전에 바나나나 우유처럼 가벼운 것을 먹어 두고, 제대로 된 저녁은 달리고 돌아와서 먹는다.
밤에 달리면 잠이 안 오지 않나요?
사람마다 다르다. 달리고 나서 금방 잠드는 사람도 있고 한동안 잠이 오지 않는 사람도 있어서 남의 경험으로 정하기 어렵다. 몇 번 달려 보고 잠드는 데 지장이 있으면 달리는 시각을 앞당기거나 속도를 낮춰 본다.
아침 러닝과 저녁 러닝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한쪽이 낫다고 정하기는 어렵고, 내 생활에서 덜 자주 깨지는 쪽이 맞는 쪽이다. 퇴근 시각이 일정하고 아침잠이 많다면 저녁이, 야근과 약속이 잦다면 아침이 이어 가기 쉽다. 평일은 저녁, 주말은 아침으로 섞어도 된다.
야근이 잦은데 퇴근 후 달리기를 계속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지만 계획을 느슨하게 잡아야 한다. 평일 저녁은 두 번만 정해 두고 한 번은 주말에 둔다. 야근으로 하루가 깨지면 다음 날 몰아서 메우지 말고 그 주를 한 번 덜 달린 주로 두면 된다. 늦게 끝난 날에는 20분만 달리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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