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크루 논란과 달리기 예절
짧은 답
러닝크루를 둘러싼 갈등은 대부분 폭이 좁은 길을 여럿이 한꺼번에 쓰는 데서 생긴다. 2024년 10월 서울 서초구가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했고, 송파구와 성동구, 성북구, 경기 화성시는 현수막과 권고로 자제를 요청했다. 지킬 것은 복잡하지 않다. 한 줄로 달리고, 앞사람을 지날 때 속도를 줄이고, 소리와 촬영을 줄이면 된다.
갈등은 길의 폭에서 시작된다
러닝크루는 정해진 시간에 모여 함께 달리는 모임이다. 모임이 쓰는 길은 대개 산책하는 사람과 나눠 쓰는 길이다. 공원 산책로와 호숫가 둘레길, 하천변 보행로는 폭이 넓지 않다. 그 위를 열 명이 넘는 무리가 걷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가면 부딪칠 일이 생긴다.
갈등으로 꼽히는 것은 대체로 세 가지다.
- 길 막기: 여럿이 옆으로 늘어서 달리면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과 앞서 걷던 사람이 비켜설 자리가 없다. 출발 전에 길목에 모여 서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 소음: 구령과 박수, 스피커 음악은 달리는 쪽에는 힘이 되지만 저녁 공원을 걷는 사람과 근처 주민에게는 소음이다.
- 촬영: 달리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려고 길 한가운데 멈춰 서거나, 지나가던 사람의 얼굴이 함께 찍힌다.
세 가지 모두 인원이 늘수록 커진다. 차지하는 폭과 소리는 함께 불어나는데, 무리 안에 있으면 그 크기를 알아채기 어렵다.
서초구는 운동장에 인원 규칙을 만들었다
서울 서초구는 2024년 10월 1일부터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이용규칙을 시행했다. 이 규칙과 다른 지자체의 움직임은 아주경제와 한국일보, 뉴시스 보도로 알려졌다. 아래 내용은 이 세 기사를 따랐다.
- 5인 이상이 함께 달릴 때는 트랙 안에서 사람 사이 간격을 2m 이상 둔다.
- 10인 이상 친목 동호회는 4인, 3인, 3인으로 조를 나누도록 권고한다.
- 돈을 받고 하는 러닝 강습은 퇴장 대상이 될 수 있다.
규칙이 나온 배경도 기사에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민원이 되풀이돼 유료 강습 금지 현수막을 걸고 관리 직원이 현장에서 계도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내로 풀리지 않자 규칙으로 옮겨 간 셈이다.
규칙의 내용은 달리기를 막는 것이 아니다. 한 덩어리로 뭉치지 말고 작게 나눠 간격을 두라는 요구다.
다른 지자체는 현수막과 권고로 요청했다
같은 시기에 다른 지자체도 움직였다. 규칙을 새로 만들기보다 현수막을 걸거나 자제를 권고하는 쪽이었다.
| 지자체와 장소 | 내용 | 방식 |
|---|---|---|
| 서울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 | 5인 이상 단체 달리기 제한, 간격 2m 이상 | 이용규칙 |
|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산책로 | 3인 이상 러닝 자제 | 현수막 |
| 서울 성동구 서울숲 | 단체 달리기 자제 | 현수막 |
| 서울 성북구 | 우측 보행, 한 줄 달리기 | 현수막 |
|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 산책로 | 러닝크루 출입 자제 | 권고 |
기준이 곳마다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초구는 5인, 송파구는 3인이고, 성북구는 인원 대신 달리는 모양을 적었다. 하나로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길의 폭과 이용자 수를 보고 관리하는 쪽이 저마다 판단한 결과로 읽힌다.
이 조치들이 뜻하지 않는 것
보도를 읽을 때 가려 볼 것이 있다. 송파구와 성동구의 조치는 현수막으로 자제를 요청한 것이지 법적 제한이 아니다. ‘5명 제한’이라는 말도 운동장 한 곳의 이용규칙에서 나온 숫자다. 다른 길에 그대로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다.
공원에서 여럿이 달리는 일을 막을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설명도 있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서울시 도시공원 조례상 러닝크루 활동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표에 적은 다섯 가운데 넷도 현수막이나 권고였다.
반응은 한쪽으로 모이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지자체 단속이 지나치지 않으냐는 물음을, 뉴시스는 제재가 능사냐는 물음을 기사 제목에 달았다. 덧붙이면 여기 적은 내용은 구청 공지 원문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옮긴 것이다. 현수막이 언제부터 걸렸는지도 기사에는 나오지 않는다.
보행로에서 지킬 것
수칙이 붙지 않은 길에서도 기준은 같다. 빠른 쪽이 더 조심한다. 걷는 사람은 뒤에서 누가 오는지 볼 수 없고, 달리는 사람은 앞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 한 줄로 달린다. 길이 넓어 보이는 구간에서도 맞은편에 사람이 보이면 바로 한 줄로 선다.
- 오른쪽으로 붙는다.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나뉜 곳에서는 자전거도로로 넘어가지 않는다.
- 앞사람을 지날 때는 속도를 줄이고 말로 알린다. “지나가겠습니다” 한마디면 된다. 비키라는 외침과는 다른 말이다.
- 좁은 구간과 사람이 몰린 곳에서는 걷는다. 그 구간에서 잃는 몇 초는 기록에 큰 차이를 내지 않는다.
- 아이와 반려견 곁에서는 간격을 넓게 둔다.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 소리를 줄인다. 구령과 박수는 출발 전 한 번으로 끝내고 스피커는 끈다.
- 멈출 때는 길 밖으로 나온다. 신발 끈을 맬 때도,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모임을 여는 쪽이 미리 정할 것
달리는 도중에는 의논할 틈이 없다. 아래 다섯 가지는 출발 전에 정해 둔다.
- 장소와 시간을 고른다산책하는 사람이 몰리는 저녁의 좁은 둘레길보다 폭이 넓은 길이나 한산한 시간대를 고른다. 운동장을 쓴다면 이용규칙부터 확인한다.
- 조를 나눈다서초구가 권고한 방식을 그대로 쓸 만하다. 열 명이면 4명, 3명, 3명으로 나누고 조마다 시차를 두고 출발한다.
- 맨 앞과 맨 뒤를 맡긴다맨 앞은 길 상황을 보고 속도를 줄이라는 신호를 주고, 맨 뒤는 뒤에서 오는 자전거와 보행자를 알린다.
- 집결 장소를 길목에서 뺀다지하철역 출구와 계단 앞, 다리 입구는 피하고 광장이나 공터에 모인다. 준비운동도 거기서 한다.
- 촬영 방법을 정한다달리는 중에는 찍지 않고 정해 둔 자리에서만 찍는다.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온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혼자 달릴 때도 같은 길이다
논란에 붙은 이름은 러닝크루지만 길을 나눠 쓰는 문제는 혼자일 때도 그대로다. 걷는 사람 곁을 바짝 스쳐 지나가는 일은 한 명으로도 충분히 일어난다. 앞에 적은 것들은 대부분 혼자 달릴 때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이런 갈등이 올가을에 불거진 데는 달리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사정이 있다. 얼마나 늘었는지는 참여율과 대회 수로 읽는 한국 러닝 붐에서, 그 가운데 20대와 30대가 많은 까닭은 젊은 층이 달리기를 고른 이유에서 다룬다. 한정된 자리에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는 모습은 길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대회 접수가 빨리 마감되는 현상도 같은 데서 나온다.
한 줄로 서고, 속도를 줄이고, 소리를 낮추는 일은 수칙이 붙기 전에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달리는 모임이 늘수록 인원을 숫자로 묶는 규칙이 필요한 자리는 줄어든다.
자주 묻는 질문
- 러닝크루는 몇 명까지 같이 달릴 수 있나요?
- 전국 공통의 인원 기준은 알려진 것이 없고, 2024년 11월 초까지 보도된 것은 장소마다 다른 수칙이다.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은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했고, 송파구는 석촌호수 산책로에 3인 이상 러닝 자제 현수막을 걸었다. 달릴 곳의 안내부터 확인한다.
- 달리다가 앞에 걷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지나가나요?
- 속도를 줄이고 지나가겠다고 말로 먼저 알린 다음, 간격을 넉넉히 두고 왼쪽으로 지난다. 여럿이 달릴 때는 한 줄로 서서 차례로 지난다. 길이 좁아 간격을 둘 수 없으면 그 구간은 걷는 편이 낫다.
- 러닝크루 활동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도 되나요?
- 지금까지 알려진 지자체 조치 가운데 촬영을 막는 수칙은 없다. 갈등이 되는 것은 길 한가운데 멈춰 서서 찍거나 지나가던 사람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그대로 올리는 방식이다. 길 밖에 정해 둔 자리에서 찍고, 다른 사람이 나온 장면은 빼는 것이 무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