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은 왜 달리기를 골랐나

짧은 답

2030이 달리기를 고른 이유로는 흔히 네 가지가 꼽힌다. 시작할 때 먼저 낼 돈이 거의 없고, 예약 없이 자기 일정에 맞출 수 있고, 혼자 뛸지 같이 뛸지를 그날 고를 수 있고, 달린 만큼 기록이 남는다. 넷 다 맞는 부분과 따져 볼 부분이 함께 있고, 젊은 층에만 해당하는 이유도 아니다.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운동화 끈을 묶는 사람들

평일 저녁,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지하철역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된다. 셔츠 차림으로 개찰구를 나온 사람이 가방을 보관함에 넣고, 잠시 뒤 반바지에 러닝화를 신고 강변 쪽 출구로 걸어 나간다. 이제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풍경이다.

서울시가 지난 5월 21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안에 러너스테이션을 연 것도 이 장면과 닿아 있다. 물품보관함 58개와 탈의실을 둔 공간이다. 문을 연 지 석 달이 된 8월 중순에 서울시가 밝힌 방문객은 2만 5,000여 명이다.

달리는 사람 가운데 20대와 30대가 유독 많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왜 하필 달리기였는지를 두고 꼽히는 이유는 대체로 네 가지다. 돈이 덜 든다, 시간을 마음대로 쓴다, 혼자서도 여럿이서도 할 수 있다, 기록이 남는다. 하나씩 따져 본다.

먼저, 숫자로 확인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러너가 늘었다는 정황은 숫자로도 보인다. 3월 17일 열린 서울마라톤에는 79개국에서 3만 8,000여 명이 참가했는데, 지난해 3만 1,800여 명보다 20%가량 늘어난 규모다. 엘리트 선수까지 합친 인원이다.

조심해서 읽을 숫자도 있다. 1월에 발표된 2023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주 1회, 30분 이상 운동하는 사람의 비율은 62.4%로 한 해 전 61.2%보다 조금 올랐다. 많이 하는 종목은 걷기 37.2%, 등산 17.3%, 보디빌딩 16.3% 순이었고, 이 발표를 전한 기사에 달리기 비중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여기 든 숫자는 어느 것도 나이를 가르지 않는다. 대회 참가자가 늘었고 역 안 시설에 사람이 몰린다는 데까지는 말할 수 있어도, 그 가운데 2030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젊은 층이 많다는 것은 아직 눈으로 본 인상에 가깝다. 그러니 아래의 네 가지도 증명된 원인이 아니라 그럴듯한지 살펴볼 설명으로 읽는 편이 맞다. 숫자마다 무엇을 센 것인지는 숫자로 읽는 한국 러닝 붐에서 따로 정리한다.

비용, 싸다기보다 먼저 낼 돈이 없다

신발 한 켤레면 된다는 말은 시작하는 순간에는 맞다. 등록비도 월 회비도 없고, 빌릴 장비도 없다. 석 달 치를 미리 결제했다가 두 주 만에 발길을 끊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계속 달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발은 닳아서 바꿔야 하고, 여름옷과 겨울옷이 따로 필요해지고, 대회에 나가면 참가비와 교통비가 든다. 달리기가 다른 운동보다 싸게 끝난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맞는 부분은 총액이 아니라 순서다. 돈을 내고 나서 시작하는 운동이 아니라, 해 보고 마음에 들면 그때 쓰는 운동이다. 벌이가 넉넉하지 않고 다음 달 일정도 장담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이 차이가 작지 않다.

시간, 예약도 상대도 필요 없다

수업 시간표가 없고, 코트를 잡을 필요가 없고, 같이 할 사람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 야근하고 밤 열 시에 집에 와도 30분은 달릴 수 있고, 약속이 취소된 저녁에 바로 나갈 수도 있다. 퇴근 시각이 날마다 다른 사람에게 정해진 시간에 가야 하는 운동은 빠지는 날이 쌓이기 쉽다.

걸리는 점은 둘이다. 하나는 날씨다. 장마와 폭염, 한겨울 빙판 앞에서는 시간이 나도 못 나가는 날이 생긴다. 다른 하나는 자유로운 만큼 미루기도 쉽다는 점이다.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안 해도 되는 일이 된다. 정해진 요일에 모이는 러닝크루가 늘어난 것도 이 빈틈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혼자와 함께, 그날 고를 수 있다

축구나 농구는 인원이 모여야 시작되고, 한 명이 빠지면 나머지가 곤란해진다. 달리기는 누가 빠져도 무너질 경기가 없다. 그래서 말없이 혼자 뛰고 싶은 날과 누군가와 같이 뛰고 싶은 날을 그때그때 고를 수 있다. 혼자가 편해서 달리기를 고른 사람과 누군가를 만나려고 고른 사람이 같은 종목 안에 있는 셈이다.

함께 달리는 쪽의 사정은 러닝크루가 왜 이렇게 늘었는지를 다루며 살폈다. 여기에는 한 가지만 덧붙인다. 여럿이 달리면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과 길을 나눠 써야 한다. 무리가 커질수록 함께 달릴 때 지킬 예절이 달리기 실력만큼 중요해진다.

기록, 달린 만큼 숫자로 남는다

달리기의 결과는 거리와 시간이다. 심판이 필요 없고 상대의 실력에 따라 달라지지도 않는다. 휴대폰 하나만 들고 나가도 얼마나 멀리,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가 남는다. 지난달에 3km에서 멈췄던 사람이 이번 달에 5km를 달렸다면 그 차이를 누구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일이나 공부에서는 들인 노력과 결과 사이가 멀고, 달리기에서는 그 사이가 짧아서 끌린다는 해석이 자주 붙는다. 그럴듯하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기록이 양쪽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어제의 나와 견줄 때는 힘이 되지만 남과 견주기 시작하면 부담이 된다.

네 가지를 한 표에 놓으면

2030이 달리기를 고른 이유로 꼽히는 네 가지
이유맞는 부분따져 볼 부분
비용시작할 때 먼저 낼 돈이 거의 없다계속 달리면 신발, 옷, 대회 참가비가 든다
시간예약과 상대 없이 자기 일정에 맞춘다날씨에 막히고, 미루기도 쉽다
혼자와 함께혼자 뛸지 같이 뛸지 그날 고른다여럿이 달리면 길을 나눠 써야 한다
기록달린 만큼 거리와 시간이 남는다남과 견주기 시작하면 부담이 된다

하나씩 떼어 놓으면 달리기만의 장점은 아니다. 걷기는 돈이 더 적게 들고, 집에서 하는 맨몸 운동도 시간에 매이지 않는다. 달리기가 다른 점은 네 가지가 한 종목에 겹쳐 있다는 것이다.

넷 가운데 나이에 묶인 이유도 없다. 돈과 시간이 빠듯하고, 사람과의 거리를 스스로 정하고 싶고, 한 만큼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흔에도 쉰에도 같은 이유로 달리기를 고를 수 있다. 2030이 눈에 띄는 까닭은 달리기가 젊은 층에 유독 맞아서라기보다, 그런 조건에 놓인 사람이 그 나이대에 많아서일 수 있다. 이것도 짐작이다.

시작할지 재 보는 사람이 볼 것

유행보다는 이 네 가지가 자신에게 얼마나 해당하는지를 보는 편이 낫다.

  • 운동에 돈을 먼저 내기가 부담스럽다면, 가진 운동화로 두세 번 달려 본 뒤에 살 것을 정해도 늦지 않다.
  • 일주일 일정이 날마다 다르다면, 요일 대신 ‘퇴근 후 30분’처럼 조건으로 정해 두는 쪽이 지키기 쉽다.
  • 약속이 있어야 움직이는 편이라면, 정해진 요일에 모이는 모임이 맞는다.
  • 숫자를 보면 쫓기는 편이라면, 거리 대신 달린 횟수만 세어도 된다.

둘쯤 해당한다면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순서부터 보면 된다.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달리기가 아니어도 된다. 많은 사람이 고른 운동이 내게도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자주 묻는 질문

2030 세대가 달리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흔히 비용, 시간, 혼자와 함께의 선택, 기록 네 가지가 꼽힌다. 어느 것도 통계로 확인된 원인은 아니고, 달리기를 오래 하다 보면 들어맞지 않는 부분도 생긴다.
달리기는 정말 돈이 안 드는 운동인가요?
시작할 때는 그렇다. 등록비와 월 회비가 없어서 가진 운동화로 바로 해 볼 수 있다. 계속 달리면 신발을 바꾸고 계절 옷을 사고 대회 참가비를 내게 되므로, 싸다기보다 먼저 낼 돈이 없는 운동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젊은 층이 달리기를 얼마나 하는지 보여 주는 통계가 있나요?
대회 참가자 수나 시설 방문객 수처럼 달리는 사람이 늘었다는 정황을 보여 주는 숫자는 있다. 그러나 여기서 살핀 숫자 가운데 나이를 나눠 센 것은 없어서, 2030이 유독 많다는 말은 아직 인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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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러닝 붐은 마라톤 대회 수와 참가 인원, 달리기 참여 비중, 러닝 관련 매출에서 모두 확인된다. 다만 숫자마다 세는 대상이 다르고, 러닝 인구 1,000만 명은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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