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던스 180은 정답일까

짧은 답

분당 180보는 모든 러너가 맞춰야 할 정답이 아니다. 이 숫자는 1984년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발걸음을 센 관찰에서 나왔고, 뜻도 ‘정확히 180’이 아니라 ‘거의 모두 180 이상’이었다. 실험으로 확인된 것은 평소 케이던스에서 조금 올리면 착지할 때 무릎이 받는 부하가 줄어든다는 데까지다.

180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왔나

달리기를 시작하면 머지않아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케이던스, 곧 1분 동안 발이 땅에 닿는 횟수를 180에 맞추라는 말이다. 시계나 휴대폰 화면에 160대 숫자가 찍혀 있으면 잘못 달리고 있나 싶어지기 쉽다.

출처는 미국의 러닝 코치 잭 다니엘스(Jack Daniels)다. 그는 1984년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발걸음을 세었고, 그의 책 『Daniels’ Running Formula』에서 옮겨 온 대목에는 분당 180보에 못 미친 선수가 한 명뿐이었다고 적혀 있다. 800m에서는 200보를 훌쩍 넘겼고, 3000m부터 마라톤까지는 발걸음 수가 서로 비슷했으며, 거리가 길어질수록 줄어든 쪽은 보폭이었다고 한다.

그 관찰이 말해 주지 않는 것

이 대목을 그대로 읽으면 180은 목표가 아니라 바닥에 가깝다. 그 숫자가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사이에 누구나 맞춰야 할 하나의 값으로 굳었다.

누구를 세었는지도 따져 볼 일이다. 올림픽 선수들이 경기에서 낸 발걸음이다. 속도는 보폭에 케이던스를 곱한 값이라, 같은 사람도 속도를 올리면 발이 잦아지고 늦추면 느려진다. 1km를 7분에 달리는 사람이 올림픽 경기의 박자를 가져와야 할 이유는 없다. 다니엘스가 남긴 것은 선수들이 어떻게 달렸는지에 대한 기록이지, 모든 러너가 180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연구가 아니다.

실험이 확인한 것은 조금 올렸을 때의 변화다

케이던스를 실험실에서 직접 바꿔 본 연구는 따로 있다. 2011년에 발표된 관절 역학 실험은 건강한 동호인 러너 45명을 트레드밀에서 같은 속도로 달리게 하면서 발걸음 수만 바꿨다. 평소 케이던스보다 5퍼센트, 10퍼센트 높이자 착지할 때 무릎이 흡수하는 에너지가 줄었고, 10퍼센트 높였을 때는 엉덩관절에서도 줄었다. 거꾸로 10퍼센트 낮추자 모든 관절에서 흡수하는 에너지가 크게 늘었다.

까닭은 보폭에 있다. 속도가 같을 때 발이 잦아지면 한 걸음은 짧아진다. 연구 10편을 모아 살핀 2014년의 체계적 문헌고찰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같은 속도에서 발걸음 수를 늘리면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폭, 땅에서 올라오는 힘, 엉덩이와 무릎과 발목이 흡수하는 에너지가 일관되게 줄었다.

짚어 둘 점이 둘 있다. 첫째, 어느 쪽도 180이라는 목표를 시험하지 않았다. 시험한 것은 각자의 평소 값에서 조금 올리는 변화였다. 둘째, 잰 것은 관절에 걸리는 부하이지 부상이 아니다. 실험실 트레드밀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린 결과이고, 문헌고찰에 실린 연구도 대부분 규모가 작았다. 트레드밀 달리기가 바깥과 어떻게 다른지는 트레드밀과 야외의 차이에서 다룬다.

5퍼센트는 몇 보일까

실험이 다룬 폭을 분당 발걸음 수로 옮겨 보면 이렇다.

평소 케이던스에서 5퍼센트, 10퍼센트 올린 값(분당 발걸음 수)
평소 케이던스5퍼센트 올리면10퍼센트 올리면
150약 158165
160168176
170약 179187

평소 150보로 달리는 사람이 5퍼센트를 올리면 158보쯤이다. 180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앞의 실험에서 무릎 부하가 줄어든 것이 이 정도 폭에서였다. 170보인 사람은 10퍼센트를 올리면 187보가 되어 180을 지나친다. 같은 폭을 올려도 도착하는 숫자가 사람마다 다르니, 모두를 180이라는 한 점에 세울 근거가 없다.

저절로 고른 보폭은 이미 효율적인 쪽에 있다

그렇다면 몸이 편하다고 고른 박자는 얼마나 믿을 만할까? 1982년에 발표된 보폭과 산소 소비 실험은 러너 10명을 같은 속도로 달리게 하고 보폭을 평소보다 길게도 짧게도 바꿔 가며 산소 소비를 쟀다. 사람마다 산소를 가장 적게 쓰는 보폭이 따로 있었고, 아무 지시 없이 달릴 때의 보폭은 그 지점에서 조금밖에 벗어나 있지 않았다. 한 가지 속도에서 10명을 본 트레드밀 실험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케이던스를 일부러 올려도 효율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자료도 있다. 2015년의 예비 연구에서 6명이 6주 동안 케이던스를 10퍼센트 올리는 연습을 했는데, 달리기 효율은 떨어지지 않았고 보폭은 줄었다. 참가자가 6명뿐이라 결론으로 삼기는 어렵다. 두 자료가 말해 주는 것은 몸이 고른 박자가 대체로 쓸 만하고, 조금 올려도 손해는 아니라는 데까지다.

내 케이던스 세는 법

통념을 따지기 전에 자기 숫자부터 알아야 한다. 기기가 없어도 30초면 잴 수 있다.

  1. 10분쯤 달린 뒤에 잰다출발 직후에는 몸이 덜 풀려 발걸음이 평소와 다르다.
  2. 30초 동안 한쪽 발만 센다오른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하나씩 센다. 양발을 다 세면 박자가 빨라 놓치기 쉽다.
  3. 센 숫자에 4를 곱한다한쪽 발을 30초 세었으니 양발로 두 배, 1분으로 다시 두 배다. 41번이었다면 분당 164보가 된다.
  4. 다른 날, 다른 속도에서 다시 잰다편하게 달릴 때와 빠르게 달릴 때 숫자가 다르게 나온다. 케이던스는 하나의 값이 아니라 속도에 따라 움직이는 범위다.

시계나 휴대폰이 케이던스를 보여 준다면 직접 센 값과 한 번 맞춰 본 뒤 그 숫자를 써도 된다. 그날의 페이스와 함께 적어 두면 속도에 따라 발걸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인다. 페이스 숫자가 낯설다면 러닝 페이스를 읽는 법부터 보면 된다.

180을 억지로 맞추면 생기는 일

편한 속도에서 숫자만 180으로 끌어올리면 둘 가운데 하나가 일어난다. 보폭을 그대로 둔 채 발만 빨리 놀리면 속도가 오른다. 천천히 달리려던 날이 어느새 힘든 날이 된다. 길게 천천히 달리는 날처럼 느린 속도 자체가 목적인 훈련에서는 얻으려던 것을 놓친다.

속도를 지키려면 보폭을 크게 줄여야 한다. 종종걸음에 가까운 모양이 되고, 그 박자를 붙들려고 달리는 내내 발만 의식하게 된다. 평소 150보인 사람에게 180은 20퍼센트를 올리는 일이다. 실험이 다룬 폭의 두 배가 넘고, 그만큼 올렸을 때 몸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는 앞의 자료들이 말해 주지 않는다.

숫자는 이렇게 쓰면 된다

180이라는 말에서 건질 것은 방향이다. 보폭을 길게 벌려 성큼성큼 딛는 것보다 짧게 자주 딛는 쪽이 관절에 걸리는 부하가 작았다. 여기까지는 실험이 뒷받침한다. 버릴 것은 180이라는 값 자체다.

  • 자기 숫자를 먼저 잰다. 편한 속도와 빠른 속도에서 각각 잰다.
  • 아픈 곳이 없고 달리기가 편하다면 숫자를 바꿀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 바꿔 보고 싶다면 실험이 다룬 가장 작은 폭인 5퍼센트부터 해 본다. 평소 160보라면 168보가 된다.
  • 달리는 내내 맞추려 하지 말고 짧은 구간에만 넣어 본다. 숨이 더 차고 어색하면 원래 박자로 돌아간다.
  • 무릎이나 엉덩이 통증이 이어진다면 케이던스를 고쳐서 풀려 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다.

케이던스는 잘 달리고 있는지를 가르는 점수가 아니다. 속도와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움직이는 값이고, 사람마다 편한 범위가 다르다. 180은 그 범위를 찾을 때 참고할 만한 선수들의 기록 하나다.

자주 묻는 질문

케이던스 180을 꼭 맞춰야 하나요?
맞출 필요는 없다. 180은 올림픽 선수들이 경기에서 낸 발걸음 수를 센 관찰값이고, 편한 속도로 달리는 동호인에게 같은 숫자를 권할 근거는 아니다. 자기 평소 숫자를 먼저 재 보고, 바꾸더라도 거기서 조금만 움직이는 편이 낫다.
케이던스를 높이면 부상이 줄어드나요?
그렇게 말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실험이 보여 준 것은 케이던스를 조금 올리면 무릎과 엉덩관절이 받는 부하가 줄어든다는 역학적 변화까지다. 그렇게 달린 사람이 실제로 덜 다쳤는지를 따라가며 확인한 것은 아니다.
천천히 달릴 때 케이던스가 낮게 나오는 것은 문제인가요?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속도는 보폭에 케이던스를 곱한 값이라, 천천히 달리면 둘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줄어든다. 편한 속도에서 숫자가 낮게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 숫자 때문에 속도를 올릴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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