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드밀과 야외, 무엇이 다른가

짧은 답

트레드밀 경사를 1퍼센트로 올려야 야외와 같아진다는 말은 조건이 붙어야 맞다. 이 숫자는 1996년에 훈련된 남성 러너 9명이 시속 약 10.5km에서 18km 사이로 5분쯤 달린 실험에서 나왔고, 느린 속도에서는 경사 0과 1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경사를 맞춰도 바람이 없고, 바닥이 고르고, 풍경이 바뀌지 않는다는 차이는 그대로 남는다.

경사를 1로 올리라는 말

1월은 트레드밀, 곧 러닝머신을 찾게 되는 철이다. 빙판과 이른 어둠을 피해 실내로 들어온 사람이 머지않아 듣는 조언이 있다. 경사를 1퍼센트로 올려야 바깥에서 달리는 것과 같아진다는 말이다. 여태 0에 두고 달린 사람은 그동안 덜 달렸나 싶어진다.

이 말에는 출처가 있다. 1996년 학술지 Journal of Sports Sciences에 실린 트레드밀 경사 실험이다. 논문 제목이 곧 결론이어서, 옮기면 ‘트레드밀 경사 1퍼센트가 야외 달리기의 에너지 비용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가 된다. 따져 볼 것은 그 결론이 어떤 조건에서 나왔느냐다.

그 실험은 누구를 어떻게 달리게 했나

연구진은 훈련된 남성 러너 9명을 야외의 평평한 도로와 트레드밀에서 달리게 하고 에너지 비용을 비교했다. 야외와 가장 가까웠던 트레드밀 경사가 1퍼센트였고, 경사 0에서는 야외보다 낮게 나왔다. 조건은 이렇다.

1996년 트레드밀 경사 실험의 조건
항목내용
참가자훈련된 남성 러너 9명
달린 곳야외 평지 도로, 경사 0·1·2·3퍼센트의 트레드밀
속도시속 약 10.5km에서 18km
한 번에 달린 시간약 5분
가장 빠른 속도에서야외와 맞는 경사가 1과 2퍼센트 사이
느린 속도에서경사 0과 1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음

시속 10.5km는 1km를 5분 40초쯤에, 18km는 3분 20초에 달리는 속도다. 편한 날 시속 8km나 9km로 달리는 사람은 실험이 다룬 범위 밖에 있다. 범위 안에서도 답은 하나가 아니었다. 느린 쪽에서는 경사 0과 1을 가르기 어려웠고, 가장 빠른 속도에서는 1과 2 사이가 맞았다.

30분이나 한 시간을 달릴 때, 또 여성 러너나 초보에게도 같은 숫자가 맞는지는 이 실험이 말해 주지 않는다. 1퍼센트는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고정값이 아니다.

벨트 위에는 바람이 없다

왜 경사를 조금 올려야 야외와 비슷해질까? 흔히 드는 설명은 공기 저항이다. 바깥에서는 몸이 공기를 밀고 나아가야 하지만, 트레드밀에서는 몸이 제자리에 있고 벨트만 돈다. 밀어낼 공기가 없는 만큼 힘이 덜 든다. 공기를 미는 데 드는 힘은 빠를수록 커지니, 느린 속도에서는 차이가 흐릿하고 빠른 속도에서는 더 큰 경사가 필요했다는 실험과도 앞뒤가 맞는다.

경사 1이 대신해 주는 것은 평지 도로를 달릴 때의 조건까지다. 트인 강변에서 맞바람을 안고 달리는 날까지 담은 숫자는 아니다.

바람이 없다는 점은 반대쪽으로도 작용한다. 바깥에서는 스치는 바람이 땀을 말리고 몸을 식혀 주는데, 실내에는 그 바람이 없다. 같은 속도로 달려도 더 덥고 땀이 많이 난다고 느끼기 쉽다. 에너지는 덜 드는데 몸은 더 힘든 것 같은 날이 그래서 생긴다. 선풍기 앞이나 창가 쪽 기계를 고르면 한결 낫다.

바닥은 고르고 속도는 기계가 정한다

트레드밀 벨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바닥이다. 턱도, 기울어진 길도, 모퉁이도, 신호등도 없다. 바깥 길은 평지라고 불러도 조금씩 오르내리고, 보도블록과 아스팔트와 흙길이 섞여 있으며, 사람을 피하고 방향을 틀어야 한다.

빠르기를 정하는 쪽도 다르다. 바깥에서는 달리는 사람이 속도를 만든다. 힘들면 저절로 느려지고, 몸이 가벼운 날에는 모르는 사이에 빨라진다. 트레드밀에서는 기계가 정한 숫자에 사람이 맞춘다. 지쳐도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는 벨트가 똑같이 돈다. 일정하게 달리는 연습으로는 좋지만, 숫자를 보지 않고 자기 속도를 가늠하는 감각은 벨트 위에서 기르기 어렵다.

지루함은 숫자에 잡히지 않는다

트레드밀에서는 다리보다 머리가 먼저 지친다는 사람이 있다. 풍경은 바뀌지 않고 눈앞에는 시간과 거리가 떠 있다. 바깥에서는 모퉁이를 돌고 익숙한 건물을 지나면서 얼마쯤 왔는지 몸으로 아는데, 벨트 위에서는 화면을 볼 때마다 생각보다 덜 왔다는 것만 확인하게 된다. 이럴 때 쓸 만한 방법이 몇 가지 있다.

  • 긴 시간을 5분이나 10분 단위로 쪼개고, 구간마다 속도나 경사를 조금씩 바꾼다.
  • 화면을 수건으로 덮어 두고 구간이 끝날 때만 들춰 본다.
  • 음악이나 라디오처럼 길이가 정해진 것을 틀고 끝날 때까지 달린다.

한 시간이 넘는 달리기를 실내에서 해야 하는 날에는 거리보다 시간을 기준으로 잡는 편이 덜 괴롭다. 길게 천천히 달리는 날은 본래 오래 움직이는 연습이라, 시간을 채웠다면 할 일은 한 셈이다.

트레드밀 숫자가 야외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경사를 1로 맞췄는데도 트레드밀의 시속 10km가 바깥의 1km 6분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앞에서 본 더위와 고정된 속도 말고도 까닭이 더 있다.

  • 단위가 다르다. 트레드밀은 대개 시속으로, 시계와 휴대폰은 1km에 걸린 시간인 페이스로 보여 준다. 바꿔 읽는 법과 환산표는 러닝 페이스 숫자 읽는 법에 있다.
  • 기계가 보여 주는 것은 벨트가 도는 속도다. 기계마다 상태가 달라 같은 숫자도 옆 기계와 느낌이 다를 수 있다.
  • 실내에서는 위성 신호를 받기 어려워 시계와 휴대폰이 몸의 움직임으로 거리를 어림한다. 그래서 기계에 찍힌 거리와 손목에 찍힌 거리가 어긋난다. 바깥에서도 숫자가 갈리는 까닭은 GPS 거리가 앱마다 다른 이유에서 다룬다.

어느 숫자가 맞는지 가리는 것보다 기준을 하나로 정하는 편이 쓸모 있다. 실내 기록은 실내 기록끼리, 바깥 기록은 바깥 기록끼리 견준다. 둘을 잇는 잣대는 숫자가 아니라 숨이다. 옆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한두 마디가 고작인지는 벨트 위에서도 길 위에서도 똑같이 물어볼 수 있다.

그래서 경사는 얼마로 둘까

달리는 목적에 따른 트레드밀 경사
어떤 날인가경사까닭
편한 속도로 달리는 날0이나 1 가운데 편한 쪽느린 속도에서는 둘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빠른 구간이 있거나 대회 목표 속도를 익히는 날1실험에서 야외와 가장 가까웠던 조건이다
오르막을 연습하는 날그날 정한 대로야외 평지와 맞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경사 1퍼센트는 틀린 말이 아니라 범위가 좁은 말이다. 빠르게, 짧게 달린 훈련된 러너 아홉 명에게서 나온 숫자가 모든 속도와 모든 사람의 규칙으로 넓어지면서 오해가 생겼다. 여태 0에 두고 달린 시간도 헛되지 않다. 바람과 바닥과 지루함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면 벨트 위의 숫자를 바깥 숫자에 억지로 맞출 이유도 줄어든다.

자주 묻는 질문

러닝머신 경사는 몇으로 놓고 뛰어야 하나요?
천천히 달린다면 0이든 1이든 편한 쪽으로 두면 된다. 경사 1퍼센트가 야외와 가장 가까웠다는 실험은 시속 10.5km 이상으로 5분쯤 달린 경우를 본 것이고, 느린 속도에서는 0과 1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빠르게 달리는 구간에서만 1로 올려도 된다.
트레드밀이 야외보다 쉬운가요?
경사 0에서 빠르게 달릴 때는 트레드밀 쪽이 에너지가 덜 든다. 그렇다고 쉽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몸을 식혀 줄 바람이 없어 더 덥고, 풍경이 바뀌지 않아 시간이 길게 느껴지며, 지쳐도 기계가 속도를 늦춰 주지 않는다.
트레드밀에 찍힌 거리와 시계에 찍힌 거리가 다른데 어느 쪽이 맞나요?
어느 쪽이 맞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기계는 벨트가 돈 만큼을 세고, 시계와 휴대폰은 실내에서 위성 신호 대신 몸의 움직임으로 거리를 어림한다. 하나를 기준으로 정해 실내 기록을 늘 그 숫자로 남기면 지난 기록과 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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