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달리기, 남산 순환로에서 배우는 것
짧은 답
오르막에서는 같은 힘으로 달려도 속도가 떨어진다. 몸을 앞으로 옮기는 일에 위로 들어 올리는 일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덕은 속도를 높이지 않고도 숨과 다리에 큰 부하를 주는 훈련이 된다. 오를 때는 보폭을 줄여 평지와 같은 숨을 지키고, 내려올 때는 속도가 붙지 않게 누른다. 서울에서는 차가 다니지 않는 남산 북측순환로 3.5km가 이 연습을 하기에 알맞다.
오르막 앞에서 달라지는 것들
평지를 나란히 달리던 두 사람이 오르막에 들어서면 뒤에서 보아도 달라지는 것이 있다. 말소리가 먼저 끊긴다. 상체가 조금 숙여지고 팔이 커지고 발소리가 무거워진다. 화면의 페이스는 눈에 띄게 느려진다. 길이 조금 기울었을 뿐인데 달리기가 다른 운동처럼 바뀐다.
오르막을 코스에서 빼고 싶어지는 것도 이때다. 기록은 나빠 보이고, 숨찬 것은 체력이 모자란 증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오르막에서 느려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고, 이유를 알면 언덕을 쓰는 법도 보인다.
오르막이 몸에 시키는 일
평지에서는 몸을 앞으로 옮기면 된다. 오르막에서는 앞으로 가는 만큼 위로도 올라가야 한다. 걸음마다 체중을 조금씩 들어 올리는 일이 더해지니 같은 속도로 가려면 힘이 더 든다. 페이스 숫자가 떨어진 것은 덜 달려서가 아니라 일의 방향이 바뀌어서다.
언덕을 훈련으로 쓸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평지에서 숨이 턱까지 차려면 꽤 빨리 달려야 하는데, 오르막에서는 훨씬 느린 속도로도 같은 숨에 이른다. 빠른 속도가 아직 낯선 사람도 높은 강도를 겪어 볼 수 있다.
다만 언덕 훈련이 기록을 얼마나 줄여 주는지 숫자로 말할 근거는 여기에 없다. 언덕을 두고 달리면서 하는 근력 운동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 근력 훈련을 함께한 중장거리 러너의 달리기 효율이 대체로 좋아졌다고 정리한 체계적 문헌고찰이 있지만, 저자들도 연구마다 결과가 한결같지 않았다고 밝혔고 그 결론을 언덕 달리기에 그대로 옮겨 읽을 수도 없다. 언덕이 다리를 많이 쓰게 한다는 것만으로 러너에게 필요한 근력 운동을 대신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를 때는 속도를 버리고 숨을 지킨다
오르막에서 흔한 실수는 평지의 페이스를 지키려는 것이다. 숫자를 붙들면 꼭대기에 닿기 전에 다리가 먼저 멈춘다. 지킬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숨이다. 평지에서 내던 숨소리를 그대로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속도는 저절로 내려간다.
- 보폭을 줄인다. 작은 걸음으로 자주 딛는 편이 큰 걸음으로 밀어 올리는 것보다 오래간다.
- 시선은 발끝이 아니라 몇 걸음 앞에 둔다. 고개가 떨어지면 가슴이 접혀 숨 쉬기가 불편하다.
- 허리를 꺾지 않는다. 몸 전체가 경사 쪽으로 살짝 기운다는 느낌이면 된다.
- 팔을 평지보다 조금 크게 흔든다. 팔의 박자를 다리가 따라온다.
- 숨이 감당되지 않으면 걷는다. 빠르게 걸어 오르는 것도 언덕 연습이다.
강도를 가늠할 때는 말이 쓸모 있다. 토크 테스트를 검토한 리뷰 논문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강도가 숨이 급히 가빠지기 시작하는 선(환기 역치) 아래일 가능성이 높고, 말하기가 어려워지면 그 선을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리한다. 편하게 달리려던 날 오르막에서 말이 끊긴다면 속도를 더 내린다. 같은 논문은 이 방법이 고강도 인터벌에는 실용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으니, 일부러 세게 오르는 날의 잣대로 삼기는 어렵다. 느려진 숫자를 어떻게 읽을지는 러닝 페이스의 숫자를 읽는 법에서 이어 볼 수 있다.
내려올 때가 더 어렵다
꼭대기를 넘으면 몸은 쉬고 싶어 하는데, 내리막에서는 힘을 들이지 않아도 속도가 붙는다. 보폭이 저절로 커지고 발이 몸보다 한참 앞에 떨어진다. 그 발은 걸음마다 브레이크를 밟는 셈이어서, 숨은 편한데 다리는 계속 일을 한다.
요령은 오를 때와 닮았다. 보폭을 줄이고 발을 몸 아래 가까이에 딛는다. 겁이 나면 상체가 뒤로 젖혀지는데, 그러면 발뒤꿈치로 버티게 되어 착지가 더 거칠어진다. 속도는 감당할 수 있는 데까지만 낸다. 비가 온 뒤나 낙엽이 쌓인 철에는 내리막이 미끄러우니 한 단계 더 늦춘다.
남산 북측순환로는 어떤 길인가
서울 한가운데에서 언덕을 연습할 곳으로는 남산이 있고, 달리는 사람에게 맞는 길은 북측순환로다. 남산케이블카 쪽 북측순환로 입구 쉼터에서 국립극장 앞까지 이어지는 3.5km의 길이다. 서울시의 소개를 보면 폭이 6~8m이고 경사가 완만하며 차가 다니지 않는다. 2019년에 낡은 시설을 정비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도 보완했다. 이름은 순환로지만 이 길만으로 고리가 되지는 않는다.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7km다.
차가 없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1991년에 차량 통행을 막고 보행자에게 열었고, 2006년 서울시 발표는 해마다 약 130만 명이 이 길을 찾는다고 적었다. 스무 해 전의 숫자라 지금의 규모로 읽을 수는 없다. 같은 발표에는 아스팔트 폭의 절반을 탄성포장으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담겨 있었는데, 시공 결과는 이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노면은 가서 발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2025년 10월 서울시 소식지 「서울사랑」은 남산둘레길 7.5km를 러닝 코스로 소개하면서 북측순환로에는 차량과 자전거가 다닐 수 없다고 적었다. 대신 걷는 사람과 함께 쓰는 길이다. 유도블록 위는 비워 두고, 걷는 사람 뒤에서는 속도를 줄여 넓게 돌아간다.
걷기에 완만한 경사도 달리면 숨으로 드러난다. 언덕을 처음 연습하는 사람에게는 그 정도가 오히려 알맞다.
남산에서 시작하는 세 단계
- 편도 한 번, 숨을 지키며입구 쉼터에서 국립극장 앞까지 3.5km를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숨으로 달린다. 오르막에서 숨이 넘치면 걷는다. 돌아오는 길은 걸어도 된다.
- 왕복 7km를 같은 힘으로편도가 편해지면 되돌아온다. 페이스가 오르내리는 것은 그대로 두고 숨만 고르게 맞춘다.
- 오르막 한 구간을 골라 반복한다오르는 구간 하나를 정해 조금 힘 있게 오르고, 걸어서 내려오며 숨을 되돌린다. 서너 번으로 시작하고, 마지막 한 번이 첫 번째와 비슷한 모양으로 끝나는 선에서 멈춘다.
언덕은 한 주에 하루면 된다
언덕을 달린 날은 거리가 짧아도 힘든 날로 친다. 한 주의 대부분을 편한 달리기로 채우고 힘든 날을 드물게 두는 까닭은 느리게 달리는 날이 많아야 하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다. 언덕도 그 드문 날에 들어간다. 주 3회 달린다면 하루를 언덕에 쓰고 나머지 이틀은 평지에서 편하게 달리는 배치가 무난하다. 어느 한 곳이 달릴 때마다 아프고 며칠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으면 언덕을 쉬고 진료를 받는다.
다음에 오르막을 만나면 화면은 보지 말고 숨소리만 들으며 올라가 본다. 느려진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내려와서 봐도 늦지 않다.
자주 묻는 질문
- 오르막에서 걸어도 훈련이 되나요?
- 된다. 빠르게 걸어 오르는 동안에도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는 계속 몸을 밀어 올린다. 숨이 감당되지 않을 때 걷고, 숨이 돌아오면 다시 달리면 된다.
- 남산 북측순환로는 몇 km인가요?
- 남산케이블카 쪽 북측순환로 입구 쉼터에서 국립극장 앞까지 3.5km다.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7km가 된다. 폭은 6~8m이고 차량과 자전거가 다니지 않는다.
- 언덕 달리기는 일주일에 몇 번이 적당한가요?
- 횟수를 딱 잘라 정해 줄 근거는 없다. 언덕은 거리가 짧아도 힘든 날에 속하므로, 편한 달리기가 대부분인 한 주에 하루만 언덕에 쓰는 배치로 시작하면 무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