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전 마지막 2주, 훈련을 줄이는 테이퍼링
짧은 답
테이퍼링은 대회를 앞두고 훈련량을 줄여 그동안 쌓인 피로를 덜어 내는 기간이다. 풀코스라면 마지막 2주 동안 달리는 거리를 평소의 절반 안팎까지 차츰 줄이되, 달리는 날 수와 빠르기는 그대로 둔다. 더 뛰고 싶은 불안을 누르고 잠과 식사를 챙기는 것이 이 2주에 할 일이다.
테이퍼링은 피로를 덜어 내는 기간이다
풀코스 42.195km를 준비하는 몇 달 동안 몸에는 체력과 피로가 함께 쌓인다. 긴 달리기를 한 다음 날 다리가 무거운 것은 체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피로가 체력을 가리고 있어서다. 테이퍼링(tapering)은 대회를 앞두고 훈련량을 줄여 그 피로를 걷어 내는 기간을 말한다. 새로 무엇을 쌓는 때가 아니고, 이미 쌓은 것이 대회 날 온전히 나오도록 기다리는 때다.
가을 풀코스는 10월과 11월에 몰려 있다. 달력에서 대회 날을 찾아 거꾸로 14일을 세면 그날이 줄이기 시작하는 날이다. 10km와 하프, 풀코스의 준비 기간과 주간 달리기 양을 나란히 놓고 보면 풀코스 쪽이 쌓는 양이 훨씬 많다. 쌓은 것이 많은 만큼 덜어 낼 피로도 많다.
2주와 절반 안팎이라는 숫자의 근거
얼마나, 어떻게 줄일지는 2007년에 나온 테이퍼링 메타분석이 넓게 살폈다. 경쟁 선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 27편을 합쳐 보니,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효과적으로 보인 방식은 2주 동안 훈련량을 41~60% 줄이되 강도와 빈도는 바꾸지 않는 것이었다. 줄이는 모양은 계단처럼 한 번에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날이 갈수록 줄여 가는 지수형이었다.
이 숫자를 그대로 옮기기 전에 알아 둘 것이 있다. 분석에 들어간 연구는 수영, 달리기, 사이클 선수를 섞어 다뤘고, 대상은 동호인 마라토너가 아니라 경쟁 선수였다. 논문의 결론도 ‘가장 효율적으로 보인다’는 수준이다. 그러니 41과 60은 정답이 아니라 방향으로 읽는 편이 맞다. 양은 크게 줄이고, 빠르기와 달리는 날 수는 건드리지 않는다.
양은 줄이고 강도와 횟수는 남긴다
줄이는 것은 한 번에 달리는 거리다. 주 4일을 달렸다면 2주 동안에도 4일을 달리고, 하루하루가 짧아질 뿐이다. 대회 페이스로 달리는 구간도 없애지 않고 길이만 줄인다. 다리가 그 속도를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면 된다. 대회 페이스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이 2주 안에 정해 둔다. 정한 속도를 42km에 어떻게 나눌지는 초반 과속을 막고 후반을 남기는 페이스 배분에서 따로 다룬다.
아래는 평소 주 4일, 50km를 달리던 사람이 2주를 보내는 한 가지 예다. 숫자는 예시이고, 자기 주간 거리에 같은 비율을 곱해 옮기면 된다.
| 요일 | 평소 | 첫째 주(대회 2주 전) | 둘째 주(대회 주) |
|---|---|---|---|
| 화 | 10km, 대회 페이스 구간 포함 | 9km, 대회 페이스 구간은 절반 길이로 | 8km, 대회 페이스 구간은 짧게 두세 번 |
| 목 | 10km 편하게 | 7km 편하게 | 6km 편하게 |
| 토 | 8km 편하게 | 4km 편하게 | 4km 가볍게 |
| 일 | 22km 긴 달리기 | 12km 편하게 | 대회 |
| 합계 | 50km | 32km | 18km(대회 제외) |
달리는 요일은 그대로이고 거리만 줄었다. 두 주를 합치면 50km로, 평소 2주치인 100km의 절반이다. 첫째 주보다 둘째 주에 더 많이 줄여, 대회가 가까울수록 덜 달리게 했다.
불안해서 더 뛰는 실수
테이퍼링에서 어려운 것은 훈련이 아니라 마음이다. 달리는 양이 줄면 곧바로 몸이 가벼워질 것 같지만, 처음 며칠은 다리가 둔하고 컨디션이 떨어진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 준비가 모자란 것 같아 긴 달리기를 한 번 더 넣거나, 확인 삼아 대회 페이스로 오래 달려 보고 싶어진다.
그 한 번이 2주의 목적과 반대로 간다. 덜어 내려던 피로를 다시 쌓는 일이고, 대회까지 남은 날은 그것을 다 털기에 넉넉하지 않다. 불안을 달래는 데는 훈련 일지가 더 쓸모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채운 긴 달리기와 주간 거리를 세어 보면 준비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 보인다. 남은 일은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 확인 삼아 하는 긴 달리기나 전력 달리기는 넣지 않는다.
- 새 신발, 새 옷, 처음 먹어 보는 보급식은 대회 뒤로 미룬다.
- 등산이나 축구처럼 평소 안 하던 운동으로 빈 시간을 채우지 않는다.
- 남는 저녁에는 대회 안내문을 읽는다. 배번과 기록칩, 물품 보관 같은 절차는 첫 대회에 나가기 전에 알아 둘 것에 정리해 두었다.
잠은 한 주 내내 챙긴다
훈련이 줄어 생긴 시간은 잠에 쓴다. 수면 시간이 늘고 수면의 질이 나아지는 것이 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고 수면과 운동 수행을 다룬 2017년 문헌 리뷰는 정리한다. 달리기만 본 리뷰는 아니고, 몇 시간을 자야 한다는 숫자를 주지도 않는다.
대회 전날 밤은 긴장 때문에 잠을 설치기 쉽다. 그래서 전날 하루에 기대지 않고 마지막 한 주 내내 잠자리에 드는 시각을 조금씩 당겨 둔다. 대회는 아침 일찍 출발하므로 일어나는 시각도 그 주에 미리 맞춘다.
식사는 평소대로, 마지막에만 탄수화물을 늘린다
2주 동안 식단을 크게 바꿀 이유는 없다. 평소 먹던 것을 평소 먹던 시각에 먹는다. 달라지는 것은 대회 직전의 하루 이틀뿐이다.
근육에 저장되는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은 채우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구력 훈련을 한 남성 8명이 운동을 쉬면서 체중 1kg당 하루 10g의 탄수화물을 먹자 근육 글리코겐이 하루 만에 최대치에 가까워졌고, 사흘째까지 더 늘지 않았다는 2002년의 소규모 실험이 있다. 참가자가 적고, 마라톤 기록을 잰 것도 아니며, 운동을 쉬는 조건에서 나온 값이다. 그래도 대회 전 일주일을 밥과 면으로만 채울 필요는 없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하루 이틀 전부터 밥, 국수, 빵, 떡처럼 늘 먹던 탄수화물의 비중을 높이는 정도로 잡는다.
2주를 날짜로 옮기면
- 대회 14일 전하루에 달리는 거리를 줄이기 시작한다. 주말의 긴 달리기는 평소의 절반 남짓으로 잡는다.
- 대회 10일 전 무렵대회 페이스 구간을 짧게 넣어 속도 감각을 확인한다. 더 뛰고 싶어지면 훈련 일지를 편다.
- 대회 7일 전잠자리에 드는 시각과 일어나는 시각을 대회 날에 맞춰 당긴다. 새 장비와 새 음식은 들이지 않는다.
- 대회 이틀 전식사에서 탄수화물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한다. 달리기는 짧고 가볍게 한다.
- 대회 전날아주 짧게 달리거나 쉰다. 준비물을 챙겨 두고 일찍 눕는다.
2주 동안 달린 거리는 줄지만 지난 몇 달의 훈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덜 지친 몸으로 출발선에 서는 것이 이 기간의 목표다.
자주 묻는 질문
- 마라톤 테이퍼링은 몇 주 전부터 시작하나요?
- 풀코스는 대회 14일 전부터 줄이기 시작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경쟁 선수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 2주가 가장 효과적인 기간으로 보였다. 동호인을 따로 본 결과는 아니니 자기 훈련량과 피로에 맞춰 조정한다.
- 테이퍼링 기간에는 아예 쉬는 게 좋은가요?
- 쉬는 기간이 아니라 줄이는 기간이다. 달리는 날 수와 빠르기는 평소대로 두고 한 번에 달리는 거리만 줄인다. 대회 페이스로 달리는 구간도 없애지 않고 짧게 남겨 속도 감각을 이어 간다.
- 테이퍼링 중에 몸이 무겁게 느껴지면 더 뛰어야 하나요?
- 더 뛰지 않는다. 훈련량이 줄어든 첫 며칠은 다리가 둔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것만으로 준비가 모자라다고 볼 수는 없다. 이때 긴 달리기를 더하면 덜어 내려던 피로가 다시 쌓인다.
- 마라톤 전에 탄수화물은 언제부터 늘려 먹나요?
- 대회 하루 이틀 전부터 평소 먹던 밥, 면, 빵의 비중을 높이는 정도로 잡는다. 운동을 쉬는 조건에서는 하루 만에 근육 글리코겐이 최대치에 가까워졌다는 소규모 실험이 있다. 일주일 내내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