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페이스 배분, 후반을 남기는 법

짧은 답

대회에서 후반을 남기려면 첫 1~2km를 목표 페이스보다 조금 느리게 시작하고, 중반은 같은 힘으로 고르게 달린 뒤, 여유가 있을 때만 마지막 구간에서 속도를 올리면 됩니다. 초반에 무리해서 번 시간은 후반에 걷기 시작하면 금방 사라집니다. 오르막에서는 속도가 아니라 숨을 일정하게 맞추고, 1km마다 구간 기록을 보며 계획과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합니다.

초반 과속이 생기는 이유

출발 직후에 빨라지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대회 날에는 연습 때 없던 조건이 겹칩니다.

  • 출발선의 분위기: 음악과 카운트다운, 응원 속에서는 같은 속도가 평소보다 쉽게 느껴집니다.
  • 주변 사람의 속도: 무리 속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앞사람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 사람의 목표 기록은 나와 다를 수 있습니다.
  • 가벼워진 다리: 대회를 앞두고 훈련량을 줄였다면 몸이 평소보다 가볍고, 빠른 속도도 편하게 느껴집니다.
  • 늦게 오는 신호: 숨과 다리의 피로는 한 박자 늦게 올라옵니다. 처음 1km에서는 과속을 몸으로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훈련량을 줄여 몸이 가벼워지는 과정은 마라톤 전 마지막 2주의 테이퍼링에서 다뤘습니다. 몸이 가벼운 날일수록 첫 구간에서는 감각보다 숫자를 믿어야 합니다.

고른 페이스와 후반 가속

배분 방식은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달리는 고른 페이스이고, 다른 하나는 후반을 전반보다 빠르게 달리는 후반 가속(negative split)입니다.

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면 고른 페이스를 계획으로 삼기를 권합니다. 후반 가속은 자기 한계를 꽤 정확히 알아야 쓸 수 있습니다. 고르게 달리겠다고 정하고 첫 구간만 조금 눌러 두면 전반과 후반이 비슷한 기록에 가까워집니다.

목표 페이스는 희망이 아니라 최근 연습 기록에서 정합니다. 페이스에 거리를 곱해 완주 시간을 구하는 계산은 러닝 페이스 숫자 읽는 법에 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마라톤은 42.195km여서 1km에 5초만 달라져도 완주 기록은 3분 30초가량 벌어집니다.

10km를 60분에 달리는 배분 예

1km를 6분에 달리면 10km가 60분입니다. 아래는 이 목표를 구간으로 나눈 예입니다. 자기 목표에 맞게 같은 틀로 옮겨 쓰면 됩니다.

10km 60분 목표의 구간 배분 예
구간1km 기록확인할 것
출발~2km6분 05초~6분 10초숨이 편한지, 옆 사람을 따라가고 있지 않은지
2~7km6분 00초 안팎구간 기록이 계획에서 5초 넘게 벌어지지 않는지
7~9km6분 00초힘들어도 속도를 지키고 있는지
9km~결승남은 힘만큼속도를 올릴 여유가 남았는지

첫 2km를 이렇게 달리면 6분씩 달렸을 때보다 15초쯤 늦습니다. 이 차이는 마지막 1km를 5분 45초에 달리면 모두 돌아옵니다. 반대로 첫 2km를 1km에 5분 40초로 달려 40초를 벌었다면, 7km 이후에 한 번만 걸어도 그 시간은 남지 않습니다.

하프와 풀코스도 틀은 같습니다. 거리가 길수록 눌러 두는 첫 구간을 길게 잡습니다.

초반 강도는 숨으로 확인합니다

숫자와 함께 볼 것이 숨입니다. 말하기로 운동 강도를 가늠하는 방법을 살핀 리뷰 논문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강도가 환기 역치나 젖산 역치 아래일 가능성이 높고, 말하기 어려워지면 그 경계를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리합니다. 대회 페이스를 정해 주는 연구는 아니지만 초반 점검에는 쓸 만합니다.

하프나 풀코스라면 처음 몇 km 동안 짧은 문장을 끊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알맞습니다. 10km는 그보다 강도가 높아 편한 대화까지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첫 2km부터 한 단어씩 끊어 말해야 한다면 계획보다 빠른 것입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힘으로 맞춥니다

고른 배분의 기준은 속도가 아니라 힘입니다. 평지와 같은 페이스로 오르막을 오르면 숨이 급하게 올라가고, 그때 쓴 힘은 내리막에서 다 돌아오지 않습니다.

  • 오르막: 보폭을 줄이고 숨이 평지와 비슷하도록 속도를 늦춥니다. 이 구간의 기록이 느려지는 것은 계획에 들어 있는 일입니다.
  • 내리막: 몸을 뒤로 젖혀 버티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잃은 시간을 되찾으려고 일부러 가속하지는 않습니다.

오르막이 낀 1km의 기록을 평지와 그대로 견주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묶어서 보면 계획과의 차이가 줄어듭니다.

급수대에서는 속도보다 흐름을 지킵니다

급수대는 페이스가 가장 쉽게 흐트러지는 곳입니다. 앞쪽 탁자에 사람이 몰리므로 미리 가장자리로 붙어 뒤쪽 탁자에서 컵을 받으면 덜 막힙니다. 몇 걸음 걸으며 마셔도 잃는 시간은 크지 않습니다. 마신 뒤에는 서둘러 만회하지 말고 원래 속도로 천천히 돌아갑니다.

얼마나 마실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운동 중 저나트륨혈증을 다룬 2017년 리뷰는 갈증이 시키는 양을 넘는 과한 수분 섭취를 장시간 운동에서 주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리뷰 논문이라 알맞은 양을 일러 주지는 않지만, 급수대마다 가득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평소의 수분 보충은 달리는 동안 물을 얼마나 마실지에서 근거를 따져 봤습니다.

구간 기록으로 스스로 점검하기

달리는 중에 볼 숫자는 1km 구간 기록 하나면 충분합니다. 화면의 순간 페이스는 인파와 건물 사이에서 크게 출렁이고, 기기가 잰 거리도 코스 표지판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10종을 400m 트랙에서 시험한 연구에서는 거리 오차가 기기에 따라 0.8%에서 12.1%까지 벌어졌습니다. 특정 시점의 기기 10종을 본 결과라 모든 기기가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회에서는 기기마다 달라지는 GPS 거리보다 코스의 거리 표지판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1. 통과 시간을 미리 적어 둡니다5km, 10km처럼 표지판이 있는 지점의 목표 누적 시간을 손등에 적어 둡니다. 위의 60분 계획이라면 5km 지점이 30분 15초 안팎입니다.
  2. 표지판에서 시계를 봅니다표지판을 지날 때의 누적 시간을 적어 둔 숫자와 견줍니다. 기기의 1km 기록은 그 사이를 메우는 참고값입니다.
  3. 벌어졌으면 천천히 고칩니다계획보다 빠르면 바로 속도를 늦춥니다. 느리면 다음 1km에서 한꺼번에 만회하지 말고 남은 거리에 나누어 줄입니다.

결승선을 지난 뒤에는 전반과 후반의 기록을 나누어 봅니다. 후반이 크게 느렸다면 목표가 높았는지, 첫 구간이 빨랐는지를 구간 기록에서 가려냅니다. 배번과 출발 그룹처럼 대회 자체가 낯설다면 첫 러닝 대회에 나가기 전에 알 것부터 읽어 두면 됩니다.

배분이 맞았는지는 결승선 앞 1km에서 드러납니다. 그 구간을 계획한 속도로 지났다면 잘 나눈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회 초반에 너무 빨리 달렸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알아챈 즉시 목표 페이스까지 늦춥니다. 이미 번 시간을 지키려고 그 속도를 이어 가면 후반에 더 잃기 쉽습니다. 숨이 가쁘다면 목표보다 조금 느리게 1~2km를 달려 호흡을 가라앉힌 뒤 계획으로 돌아갑니다.
네거티브 스플릿은 무슨 뜻인가요?
후반을 전반보다 빠르게 달리는 배분입니다. 10km라면 뒤쪽 5km 기록이 앞쪽 5km보다 짧게 나옵니다. 자기 한계를 잘 알아야 쓸 수 있어서, 대회 경험이 적다면 고른 페이스를 먼저 목표로 삼는 편이 수월합니다.
오르막에서도 목표 페이스를 지켜야 하나요?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오르막에서는 속도 대신 숨을 평지와 비슷하게 맞추고, 그 구간 기록이 느려지는 것을 계획에 넣어 둡니다. 잃은 시간을 내리막에서 일부러 되찾으려 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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