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동안 물은 얼마나 마실까

짧은 답

달리는 동안 물은 많이 마실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마시는 목적은 땀으로 잃은 물을 전부 채우는 데 있지 않고 지나친 탈수를 막는 데 있다. 몇 시간씩 이어지는 달리기에서는 목마름을 넘겨 마신 물이 혈액 속 나트륨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래서 목이 마를 때 마시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자기 땀의 양은 달리기 전후 몸무게로 가늠한다.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말

6월에 들어서 날이 더워지면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 자주 오가는 말이 있다. 목이 마르기 전에 마셔라, 급수대는 건너뛰지 마라, 물은 많이 마실수록 안전하다.

이 말은 절반만 맞다. 달리면 땀이 나고, 잃은 물이 어느 선을 넘으면 몸이 힘들어진다. 틀린 절반은 ‘많을수록’이다. 물에는 모자라서 생기는 문제와 넘쳐서 생기는 문제가 둘 다 있고,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얼마나 오래 달리느냐에 따라 갈린다.

마시는 목적은 다 채우는 것이 아니다

미국스포츠의학회가 2007년에 낸 수분 보충 입장문은 운동 중에 물을 마시는 목표를, 물이 모자라 몸무게가 2퍼센트 넘게 줄어드는 지나친 탈수와 전해질의 큰 변화를 막는 것으로 잡았다. 땀으로 나간 만큼을 그 자리에서 되채우라는 뜻이 아니라, 얼마간 줄어드는 것은 받아들이되 선을 넘기지 말라는 쪽에 가깝다.

몸무게의 2퍼센트는 얼마인가
몸무게2퍼센트
50kg1.0kg
60kg1.2kg
70kg1.4kg
80kg1.6kg

입장문이 함께 강조한 것은 개인차다. 땀의 양도, 땀에 섞여 나가는 전해질의 농도도 사람마다 크게 달라서 각자 자기 계획을 세우라고 권했다. ‘한 시간에 몇 밀리리터’ 같은 숫자를 여기에 적지 않는 까닭이다. 나온 지 오래된 문서이기도 하다. 그 뒤로는 정해 둔 양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마시게 하는 방식의 근거가 약해졌다.

보스턴 마라톤이 보여 준 반대쪽 문제

넘치는 쪽의 문제를 숫자로 보여 준 자료가 2005년에 실린 보스턴 마라톤 연구다. 2002년 대회 완주자 가운데 488명의 혈액을 검사했더니 13퍼센트가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 곧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기준보다 낮은 상태였다. 0.6퍼센트는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져 있었다.

관련 요인으로 남은 것은 셋이었다. 달리는 동안 늘어난 몸무게, 4시간을 넘긴 완주 기록, 아주 낮거나 아주 높은 체질량지수다. 달리고 나서 몸무게가 늘었다면 땀으로 잃은 양보다 많이 마셨다는 뜻이다.

한 해, 한 대회에서 혈액을 내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살핀 관찰 연구다. 세 요인은 저나트륨혈증과 관련이 있었을 뿐, 원인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스포츠음료를 마시면 괜찮을까

물 대신 전해질이 든 음료를 고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보스턴 마라톤 연구에서 마신 음료의 성분은 저나트륨혈증과 관련이 없었다. 스포츠음료가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음료를 바꿔도 너무 많이 마시는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는 뜻이다.

원인으로 꼽힌 것은 목마름을 넘긴 물이다

2017년에 나온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 리뷰는 그동안의 연구를 모아 원인을 이렇게 정리했다. 오래 이어지는 지구력 운동에서 주된 원인은 목마름이 시키는 양을 넘겨 마신 물이고, 여기에 몸이 물을 붙잡아 두는 반응이 겹친다. 운동을 하면 소변으로 물을 내보내는 일을 줄이는 호르몬이 나올 수 있어서, 평소라면 빠져나갔을 물이 몸에 남는다.

뒤집어 읽으면 목마름은 넘기지 말아야 할 선을 알려 주는 신호다. 목이 마르지 않은데 시간표에 맞춰 마시고, 급수대마다 한 컵씩 비우는 습관이 위험한 쪽에 가깝다. 이 문헌은 원인을 정리한 리뷰이지, 목마름만 따르면 어떤 날씨에서도 충분하다는 것을 시험으로 확인한 자료가 아니다.

짧은 달리기와 긴 달리기는 다른 문제다

앞의 자료는 모두 오래 이어지는 운동을 살폈다. 금방 끝나는 달리기에서 도중에 꼭 마셔야 한다는 근거도, 마시면 안 된다는 근거도 거기에는 없다. 길이에 따라 나눠 보면 이렇다.

달리기 길이에 따라 달라지는 물 문제
달리기가까운 문제기준으로 삼을 것
평일의 짧은 달리기더운 날이 아니면 어느 쪽도 크지 않다목이 마른 채로 출발하지 않기
주말의 긴 달리기모자라는 쪽목이 마를 때 마시기, 물을 구할 곳 정해 두기
4시간 넘게 걸리는 대회넘치는 쪽도 함께목마름을 넘겨 마시지 않기

땀으로 잃는 물은 달리는 시간만큼 쌓인다. 짧은 달리기에서는 쌓일 시간이 길지 않으니, 도중에 얼마를 마실지보다 목이 마른 채로 나서지 않는 것이 먼저다. 뛰다가 목이 마르면 마시고, 아니면 돌아와서 마셔도 늦지 않다. 한여름에는 짧게 달려도 땀이 많이 나고, 물보다 먼저 시간대와 강도를 바꿔야 하는 날이 있다. 계절마다 무엇을 바꾸는지는 한국의 사계절을 달리는 법에 정리돼 있다.

긴 달리기에서는 모자라는 쪽이 현실이 된다. 물통을 들고 나가거나 음수대와 편의점을 지나는 길을 잡아, 목이 마를 때 마실 수 있게 해 둔다. 길게 천천히 달리는 날에 물과 보급을 어떻게 챙기는지는 따로 다뤘다. 몇 시간이 걸리는 대회에서는 반대쪽도 함께 본다. 급수대는 마실 기회이지 채워야 할 숙제가 아니다.

내 땀의 양을 재 보는 법

누구에게나 맞는 양이 없으니 자기 숫자를 재 본다. 입장문이 안내한 방법은 저울 하나면 된다.

  1. 달리기 전에 몸무게를 잰다화장실에 다녀온 뒤 가벼운 차림으로 잰다.
  2. 평소처럼 달린다달리는 동안 마신 양을 기억해 둔다.
  3. 돌아와서 다시 잰다땀을 닦고 처음과 같은 차림으로 잰다.
  4. 두 숫자를 견준다줄어든 몸무게에 마신 양을 더하면 그날 흘린 땀의 양에 가깝다.

줄어든 몸무게가 앞의 표에 있는 선 안쪽이면 입장문의 기준으로는 모자라지 않게 마신 날이다. 달리기 전보다 늘었다면 너무 마신 것이다. 땀의 양은 날씨를 따라 바뀐다. 6월의 저녁과 1월의 영하 아침에 같은 숫자가 나오지는 않는다. 겨울 달리기에서 물 말고 챙길 것은 한겨울 달리기, 빙판과 어둠에 있다.

그래서 얼마나 마시면 되나

숫자 하나로 답할 수 없다는 것이 근거가 말해 주는 답이다. 남는 기준은 둘이다. 달리는 동안에는 목이 마를 때 마시고, 마르지 않은데 정해 둔 양을 채우려고 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달리기 전후 몸무게로 자기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 확인한다.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말에서 남길 것은 탈수를 가볍게 보지 말라는 절반이다. 나머지는 목마름과 저울이 알려 준다.

자주 묻는 질문

달릴 때 목이 마르기 전에 미리 물을 마셔야 하나요?
그래야 한다는 근거는 약하다. 몇 시간씩 이어지는 지구력 운동에서 혈액 속 나트륨이 떨어지는 문제는 목마름이 시키는 양을 넘겨 마신 물이 주된 원인으로 정리돼 있다. 목이 마를 때 마시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된다.
5km 정도 짧게 달릴 때도 물을 들고 나가야 하나요?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땀으로 잃는 물은 달리는 시간만큼 쌓이므로, 금방 끝나는 달리기에서는 목이 마른 채로 출발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 한여름에는 짧게 달려도 땀이 많이 나니 음수대를 지나는 길을 고르면 마음이 편하다.
마라톤 대회에서 급수대마다 물을 마셔야 하나요?
그럴 필요는 없다. 2002년 보스턴 마라톤 완주자를 살핀 연구에서는 달리는 동안 몸무게가 늘어난 것과 4시간을 넘긴 기록이 저나트륨혈증과 관련이 있었다. 목이 마르지 않은데 급수대가 나올 때마다 한 컵씩 비우면 잃은 것보다 많이 마시게 될 수 있다.
물 대신 스포츠음료를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을 막을 수 있나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보스턴 마라톤 연구에서 마신 음료의 성분은 저나트륨혈증과 관련이 없었다. 마시는 것을 바꾼다고 너무 많이 마시는 문제까지 풀리지는 않는다. 한 대회를 본 관찰 연구라는 한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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