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순간 페이스가 출렁이는 이유
짧은 답
달리는 중에 보이는 순간 페이스는 방금 지나온 몇 초 동안의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계산에 쓰는 거리가 짧아서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숫자가 크게 오르내리고, 이를 다듬으려고 여러 초를 평균하면 반응이 늦어진다. 같은 힘으로 달리는데 숫자만 출렁인다면 대개 다리가 아니라 계산 쪽 사정이다. 속도를 맞출 때는 1km 구간 페이스를, 그날 달리기 전체를 볼 때는 평균 페이스를 보는 편이 낫다.
순간 페이스는 짧은 거리를 나눈 값이다
페이스는 1km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화면에 뜨는 순간 페이스는 1km를 다 달린 뒤에 잰 값이 아니다. 방금 지나온 몇 초 동안 간 거리를 그 시간으로 나누고, 같은 속도로 1km를 가면 얼마가 걸릴지로 바꿔서 보여 준다. 이 숫자의 기본은 러닝 페이스 읽는 법에 정리해 두었다.
그 거리는 줄자로 잰 것이 아니다. 기기는 위성 신호로 추정한 자리를 점으로 찍고, 이웃한 점 사이의 길이를 거리로 삼는다. 추정이 정확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찍을 때마다 오차가 있다. 같은 길에서도 GPS 거리가 앱마다 다르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순간 페이스의 출렁임도 뿌리가 같다.
구간이 짧으면 작은 오차가 크게 보인다
5분 페이스는 1초에 약 3.3m, 6초에 20m를 가는 속도다. 순간 페이스를 방금 지난 6초로 계산한다고 하자. 이때 마지막 점이 진행 방향으로 3m 밀려 찍히면 기기는 6초에 23m를 갔다고 보고 4분 21초를 띄운다. 반대로 3m 뒤에 찍히면 17m가 되어 5분 53초가 나온다. 그사이 달리는 사람은 속도를 바꾸지 않았다.
같은 3m를 더 긴 구간에 넣어 보면 결과가 달라진다.
| 계산에 쓰는 구간 | 그동안 간 거리 | 화면에 나올 수 있는 페이스 |
|---|---|---|
| 방금 지난 6초 | 20m | 4분 21초~5분 53초 |
| 방금 지난 30초 | 100m | 4분 51초~5분 9초 |
| 1km 구간 전체 | 1000m | 4분 59초~5분 1초 |
| 5km 전체 | 5000m | 5분에서 1초도 벗어나지 않음 |
표의 3m는 계산을 보이려고 정한 값이다. 실제로 점이 얼마나 어긋나는지는 장소와 기기에 따라 달라서 숫자 하나로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원리는 같다. 오차의 크기가 같으면 나누는 거리가 짧을수록 결과가 크게 흔들린다.
점은 곧게 달려도 흔들린다
점이 어긋나는 것은 특별한 날에만 생기는 일이 아니다. 하늘이 트인 곳에서도 점은 길 좌우와 앞뒤로 조금씩 흩어진다. 높은 건물 사이에서는 벽에 반사된 신호가 섞이고, 다리 아래에서는 받을 위성이 줄어 흩어지는 폭이 커진다. 이런 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리 밑과 빌딩 사이에서 위치가 튀는 원리에서 따로 다뤘다.
긴 거리를 통째로 재도 오차는 작지 않다. 2024년 7월 학술지 Sensors에 실린 스마트워치 정확도 검증 연구는 시계 10종으로 400m 트랙에서 4000m 달리기를 쟀는데, 거리 오차가 기기에 따라 0.8%에서 12.1%까지 벌어졌다. 그 시점의 시계 10종을 잰 결과여서 기기와 환경이 바뀌면 값도 달라지고, 휴대폰 앱이나 순간 페이스를 잰 실험도 아니다. 다만 4000m를 통틀어 잰 거리가 이만큼 갈린다면, 그 가운데 몇 초만 떼어 계산한 값은 더 불안정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몸의 속도도 완전히 고르지는 않다. 모퉁이를 돌거나 사람을 피하거나 얕은 오르막을 만나면 실제로 조금씩 빨라지고 느려진다. 화면의 출렁임에는 이 변화와 점의 오차가 섞여 있고, 달리는 중에 둘을 가려내기는 어렵다.
숫자를 다듬으면 반응이 늦어진다
받은 위치를 손대지 않고 나눠서 보여 주면 숫자가 읽기 어려울 만큼 튄다. 그래서 대부분의 앱과 시계는 여러 초의 값을 평균하거나 앞뒤와 동떨어진 점을 버려서 숫자를 다듬는다.
다듬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평균하는 시간이 길수록 숫자는 차분해지지만 실제 변화를 늦게 따라간다. 속도를 올리고 몇 초가 지나서야 화면이 빨라지고, 걷기 시작한 뒤에도 한동안 달리던 페이스가 남아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얼마나 길게 평균할지는 만드는 쪽이 저마다 정한다. 나란히 달린 두 사람의 화면에 다른 숫자가 뜨는 것도 고장이 아니라 이 선택의 차이다.
구간 페이스와 평균 페이스가 차분한 까닭
구간 페이스는 지금 달리고 있는 1km 안에서, 평균 페이스는 출발부터 지금까지 걸린 시간을 간 거리로 나눈 값이다. 둘 다 순간 페이스와 같은 점으로 계산한다. 다른 것은 나누는 거리의 길이뿐이다.
점 하나가 앞으로 밀려 찍히면 그 앞 구간은 길어지고 뒤 구간은 그만큼 짧아진다. 긴 거리로 나누면 이런 어긋남은 안에서 대부분 지워지고 양 끝의 오차만 남는다. 그래서 세 숫자는 쓰임이 갈린다.
- 순간 페이스: 빨라지는 중인지 느려지는 중인지 방향만 읽는다. 숫자의 끝자리는 믿지 않는다.
- 구간 페이스: 달리는 중에 속도를 맞출 때 본다. 구간이 막 바뀐 직후에는 쌓인 거리가 짧아서 잠깐 출렁인다.
- 평균 페이스: 그날 달리기 전체를 볼 때 쓴다. 거리가 쌓일수록 잘 변하지 않아서 지금의 속도를 알려 주지는 못한다.
출렁임을 줄이는 방법
- 위치가 잡힌 뒤에 출발한다하늘이 트인 곳에서 기록 화면을 열고 위치가 잡힌 것을 확인한 다음 출발한다. 출발 직후의 페이스가 유난히 튄다면 위치가 자리를 잡기 전에 달리기 시작했을 수 있다.
- 위치와 절전 설정을 확인한다앱에 정확한 위치를 허용하고 달리는 동안에는 절전 모드를 끈다. 위치를 받는 간격이 벌어지면 계산에 쓸 점이 줄어든다.
- 화면에 띄울 숫자를 바꾼다표시 항목을 고를 수 있는 앱이라면 순간 페이스 자리에 구간 페이스를 둔다. 고를 수 없다면 화면을 보는 때를 정한다. 1km를 지날 때 한 번만 봐도 속도를 맞추기에는 충분하다.
러닝머신 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위성 신호 없이 걸음과 팔의 움직임으로 속도를 추정하므로 숫자가 어긋나는 까닭도 달라진다. 실내에서 거리와 페이스를 재는 방식은 따로 정리했다.
숫자가 흔들릴 때 기댈 것
페이스를 정확히 지켜야 하는 훈련일수록 순간 페이스에 매달리면 속도가 오히려 흐트러진다. 숫자가 빨라졌다고 늦추고 느려졌다고 당기다 보면, 고르게 달리던 사람이 오차를 따라 속도를 바꾸게 된다. 짧게 빨리 달리는 구간은 거리 대신 시간으로 정해 두는 쪽이 낫다. 2분은 빠르게, 2분은 천천히 달리는 식으로 짜면 화면이 튀어도 훈련은 그대로 남는다.
화면을 믿기 어려운 동안에는 몸의 감각이 기준이 된다. 숨이 얼마나 찬지,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지를 살피면 숫자 없이도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 방법은 심박수 없이 운동 강도를 재는 법에 있다.
순간 페이스가 출렁이는 것은 기기가 고장 나서가 아니다. 짧은 거리를 나눠서 얻는 값은 원래 그렇게 움직인다. 화면의 숫자가 몇 초씩 오르내린다고 해서 달리는 속도가 그만큼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주 묻는 질문
- 달리는 중에 페이스 숫자가 계속 바뀌는 것은 고장인가요?
- 고장이 아니다. 순간 페이스는 방금 지난 몇 초의 짧은 거리로 계산하기 때문에 위치가 조금만 어긋나도 크게 달라진다. 같은 힘으로 달리는데 숫자만 오르내린다면 계산에서 생긴 출렁임으로 보면 된다.
- 순간 페이스와 평균 페이스 중에 무엇을 보고 달려야 하나요?
- 달리는 중에 속도를 맞출 때는 그 사이에 있는 1km 구간 페이스가 가장 쓸 만하다. 순간 페이스는 빨라지는지 느려지는지 방향만 읽고, 평균 페이스는 그날 달리기 전체를 돌아볼 때 본다.
- 나란히 달렸는데 왜 옆 사람 화면의 페이스와 다른가요?
- 기기마다 찍히는 위치가 조금씩 다르고, 몇 초 동안의 값을 평균해 보여 줄지도 앱과 시계마다 다르다. 짧게 평균하는 쪽은 민감하게, 길게 평균하는 쪽은 둔하게 움직여서 같은 순간에도 다른 숫자가 나온다.
- 순간 페이스가 덜 튀게 하는 방법이 있나요?
- 하늘이 트인 곳에서 위치가 잡힌 뒤에 출발하고, 앱에 정확한 위치를 허용하고, 달리는 동안 절전 모드를 끄면 줄어든다. 그래도 출렁임은 남으므로 화면에는 구간 페이스를 두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