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 속 달리기 기준
짧은 답
더운 날 달리기는 시간대를 옮기고 강도를 낮추는 두 가지로 조절합니다. 가장 더운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를 피해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에 달리고, 페이스는 느려지는 대로 두고 숨이 편한 정도에 맞춥니다. 어지럽거나 메스껍고 더운데도 오한이 들면 남은 거리와 상관없이 멈추고 몸을 식힙니다.
더위는 같은 달리기를 더 힘든 운동으로 바꿉니다
달리는 동안 몸은 계속 열을 만들고, 그 열은 주로 땀이 마르면서 빠져나갑니다. 기온이 높으면 식혀야 할 열이 늘어납니다. 습도까지 높으면 땀이 잘 마르지 않아 흘린 만큼 식지 않습니다. 한국의 여름이 유난히 버거운 까닭은 이 둘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대회 기록에서도 같은 경향이 보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7개 마라톤 결과를 수십 년치 모아 살핀 2007년 분석에서는 기온과 습도, 햇볕, 바람을 합친 지수인 습구흑구온도(WBGT)가 오를수록 기록이 느려졌습니다. 남자 상위 3명의 기록은 지수가 가장 낮은 구간에서 코스 기록보다 평균 1.7% 늦었고, 가장 높은 20.1~25℃ 구간에서는 4.5% 늦었습니다. 기록이 느린 사람일수록 더 크게 느려졌습니다. 다만 대회 결과를 관찰한 자료이고, 습구흑구온도는 일기예보의 기온과 다른 값이어서 이 숫자를 평소 달리기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여름에 평소 페이스가 나오지 않는 것은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조건이 달라져서입니다.
기온보다 체감온도를 먼저 봅니다
여름철 체감온도는 기온에 습도를 함께 반영한 값입니다. 기상청의 폭염특보도 이 값을 기준으로 발표됩니다.
| 특보 | 발표 기준 |
|---|---|
| 폭염주의보 | 일 최고 체감온도 33℃ 이상이 2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
| 폭염경보 | 일 최고 체감온도 35℃ 이상이 2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
위 기준은 기상청 날씨누리의 기상특보 발표기준에 실려 있습니다. 이 숫자는 특보를 내는 기준이지 달려도 되는 기온의 기준이 아닙니다. 특보가 없는 날에도 온열질환은 생길 수 있으니, ‘평소보다 훨씬 조심해야 하는 날’이라는 신호로 읽으면 됩니다.
가장 쉬운 조절은 시간대를 옮기는 것입니다
질병관리청은 폭염 대비 건강수칙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를 가장 더운 시간대로 꼽고, 이 시간에는 야외 작업과 운동을 자제하라고 안내합니다. 달리는 사람에게 남는 선택지는 이른 아침과 해가 진 뒤입니다.
- 이른 아침은 하루 가운데 기온이 가장 낮습니다. 대신 습한 날이 많아 생각보다 땀이 많이 납니다.
- 해가 진 뒤에는 햇볕이 없어 한결 수월합니다. 낮에 달궈진 아스팔트와 건물이 열을 내놓아 기온은 더디게 내려갑니다.
장소도 함께 바꿉니다. 나무 그늘이 이어지는 공원이나 물가의 길이 볕이 내리쬐는 도로보다 낫습니다. 멀리 나갔다 돌아오는 코스보다 집 근처를 여러 바퀴 도는 코스가 좋습니다. 힘들면 바로 집에 들어갈 수 있어서입니다.
페이스 대신 숨을 보고 강도를 낮춥니다
추운 날 옷차림을 기온대별로 정해 두듯, 더운 날에는 얼마나 덜어 낼지를 미리 정해 두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잣대는 시계에 찍히는 페이스가 아니라 숨입니다. 옆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를 지키고, 그러다 페이스가 느려지면 그대로 둡니다.
| 그날의 상황 | 시간대 | 강도와 거리 |
|---|---|---|
| 특보는 없지만 덥고 습한 날 |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 | 숨이 편한 강도로, 거리는 평소와 같거나 조금 짧게 |
|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 해 뜰 무렵이나 늦은 저녁 | 걷기를 섞어 가볍게, 거리는 크게 줄여서 |
| 폭염경보가 내린 날 | 야외 달리기는 쉬는 날 | 쉬거나 냉방이 되는 실내에서 가볍게 |
이 표는 공식 기준이 아니라 특보 단계를 빌려 만든 예시입니다. 더위를 견디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한 단계씩 더 조심스럽게 잡아도 좋습니다. 덜어 내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 거리 대신 시간으로 계획합니다. 30분만 달리기로 정해 두면 페이스가 느려져도 더위 속에 머무는 시간이 늘지 않습니다.
- 걷기를 섞습니다. 달리다 잠깐씩 걷는 방식으로 끊으면 몸을 식힐 틈이 생깁니다.
- 빠르게 달리는 훈련은 덜 더운 날로 미루거나 실내로 옮깁니다.
- 더위가 시작되는 첫 주에는 평소보다 더 줄입니다. 몸이 더위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 물은 나가기 전에 마셔 두고, 달리는 동안에는 목이 마를 때 마십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와 멈춰야 할 때
더위 속에서는 ‘조금만 더’가 통하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느낌이 들면 그날의 달리기는 거기서 끝냅니다.
-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픕니다.
- 속이 메스껍습니다.
- 다리에 쥐가 나거나 근육이 떨립니다.
- 더운데도 소름이 돋거나 오한이 듭니다.
- 평소와 같은 강도인데 유난히 숨이 가쁘고 기운이 빠집니다.
멈춘 뒤에는 이 순서로 움직입니다.
- 그늘이나 시원한 실내로 옮깁니다햇볕 아래에 서서 쉬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 몸을 식힙니다옷을 느슨하게 풀고 목과 팔에 물을 적십니다.
- 물을 조금씩 마시며 쉽니다괜찮아진 것 같아도 그날은 다시 달리지 않습니다.
꼭 알아 둘 것은 열사병입니다. 질병관리청 안내를 실은 정부 자료는 열사병을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이 열을 견디지 못해 멈춘 상태로 설명합니다. 의식이 흐려지고 피부가 뜨겁고 건조해지는 것이 특징이며, 치사율이 높아 온열질환 가운데 가장 위험하다고 합니다. 함께 달리던 사람이 비틀거리거나 묻는 말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시원한 곳으로 옮깁니다.
‘체력이 좋으니 괜찮다’고 넘길 일도 아닙니다. 미국스포츠의학회는 2007년 입장문에서 운동 중 열사병이 겉보기에 건강한 선수에게도, 비교적 서늘한 환경에서도 생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찍 알아차리고 빨리 식히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여름에는 덜 달리는 것도 계획입니다
여름은 기록을 세우는 철이라기보다 달리는 습관을 이어 가는 철입니다. 느린 페이스와 짧은 거리, 쉬어 간 날이 기록에 남아도 괜찮습니다.
한여름에 앞서 장마가 먼저 지나갑니다. 비 오는 날의 판단은 장마철, 비 오는 날 달려도 될까에서 다루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조건은 한국의 사계절을 달리는 법에 있습니다.
오늘 달릴지 망설여지는 날에는 체감온도, 시간대, 몸의 느낌 순서로 확인하면 됩니다. 셋 가운데 하나라도 걸리면 줄이거나 쉽니다.
자주 묻는 질문
- 여름에는 몇 시에 달리는 것이 좋은가요?
-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뒤가 낫습니다. 질병관리청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를 가장 더운 시간대로 보고 이 시간의 야외 운동을 자제하라고 안내합니다.
-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도 달려도 되나요?
- 폭염주의보는 달리기를 금지하는 기준이 아니라 심한 더위가 이어진다는 예보입니다. 달린다면 낮 시간을 피하고 거리와 강도를 크게 줄입니다. 폭염경보가 내린 날에는 쉬거나 실내로 옮기기를 권합니다.
- 달리다가 어지러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바로 멈추고 그늘이나 시원한 실내로 옮겨 몸을 식힙니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면 열사병일 수 있으므로 곧바로 119에 신고합니다.